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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한 전사 아킬레우스보다 헥토르가 더 오래 남는 이유

영화 <트로이> 를 처음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아킬레우스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아킬레우스는 처음부터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싸움도 잘하고, 자기 실력에 대한 확신도 넘칩니다.

그런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상하게 다른 사람이 더 오래 남습니다.

 

헥토르입니다.

 

에릭 바나가 연기한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처럼 전쟁을 즐기지도 않고, 명예를 위해 일부러 싸움을 찾아다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합니다.

 

근데 가족과 나라를 지켜야 하니까 결국 가장 위험한 자리까지 나갑니다.

저는 〈트로이〉를 다시 보면 볼수록 이 두 사람의 차이가 영화의 진짜 재미라고 느껴집니다.

 

트로이 성벽 앞 전장에서 방패와 무기를 들고 서로 마주 선 두 전사
같은 전쟁에 서 있지만 아킬레우스와 헥토르가 싸우는 이유는 전혀 다릅니다.

 

아킬레우스는 전쟁에서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

 

아킬레우스는 평범하게 오래 사는 삶보다 짧더라도 역사에 남는 삶을 선택합니다.

이 영화에서 아킬레우스가 계속 신경 쓰는 건 죽음 자체보다 자기 이름이 잊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쟁에 참여하는 이유도 아가멤논에게 충성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둘은 계속 부딪힙니다.

 

이 성격 때문에 아킬레우스는 멋있기도 하고 굉장히 피곤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자기 명예가 상하면 싸움을 멈추고, 감정이 폭발하면 전장 전체를 흔듭니다.

말 그대로 전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인데, 그 힘을 항상 모두를 위해 쓰는 건 아닙니다.

 

헥토르는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 사람이 아닙니다

 

헥토르는 반대입니다.

 

전쟁이 시작된 이유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동생 파리스가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오면서 나라 전체가 전쟁에 휘말리게 됩니다.

솔직히 형 입장에서는 화날 만합니다.

그런데도 헥토르는 동생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트로이까지 버리지 않습니다.

 

에릭 바나가 연기한 헥토르는 트로이의 왕자이자 도시를 지키는 핵심 인물입니다.

저는 이 인물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전쟁에서 유명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 자기 가족이 살아남았으면 해서 싸우는 사람이니까요.

 

파리스와 헬레네 때문에 시작됐지만 전쟁 이유는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영화 초반만 보면 파리스와 헬레네의 사랑 때문에 전쟁이 시작된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직접적인 계기는 맞습니다.

파리스가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옵니다.

메넬라오스는 분노하고, 형 아가멤논은 그리스군을 모읍니다.

 

근데 아가멤논 입장에서는 동생의 명예를 회복해주는 것만이 목적은 아닙니다.

트로이를 정복하면 에게해를 장악하고 자기 세력을 더 넓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보면 “사랑 때문에 전쟁이 났다” 보다 “사랑을 핑계로 원래 원하던 전쟁이 시작됐다” 쪽이 더 맞아 보입니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결투가 유독 강하게 남는 이유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을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역시 두 사람의 결투입니다.

아킬레우스는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헥토르도 잘 싸우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과가 불안합니다.

 

근데 이 장면이 좋은 이유는 누가 더 강한지를 보여줘서만은 아닙니다.

 

둘이 싸우는 이유가 완전히 다릅니다.

 

아킬레우스는 분노 때문에 왔고, 헥토르는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옵니다.

한 사람은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한 사람은 자기 도시와 가족을 등 뒤에 두고 싸웁니다.

 

그래서 헥토르가 더 불리해 보이는데도 오히려 더 담담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액션보다 헥토르 표정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브래드 피트보다 에릭 바나가 더 기억난다는 사람도 이해됩니다

 

〈트로이〉의 얼굴은 분명 브래드 피트입니다.

포스터도 그렇고, 가장 화려한 액션도 아킬레우스 쪽에 몰려 있습니다.

 

근데 감정적으로는 헥토르가 더 가까운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아킬레우스는 거의 신화 속 인물처럼 보입니다.

 

반면 헥토르는 남편이고, 아버지고, 형이고, 아들입니다.

그래서 전쟁에 나가기 싫어도 나갑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자기 자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저는 헥토르 쪽이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원작과 영화는 똑같지 않습니다

 

〈트로이〉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다만 그대로 옮긴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는 긴 트로이 전쟁을 훨씬 짧게 압축하고, 신들의 개입도 크게 줄였습니다.

그래서 신화라기보다 역사 전쟁극처럼 보이는 순간이 많습니다.

 

저는 이 선택이 영화 보기는 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원작을 알고 보면 “이 부분은 많이 바뀌었네” 싶은 곳도 꽤 있습니다.

그 차이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규모감은 확실합니다

 

〈트로이〉는 2004년 작품이고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브래드 피트, 에릭 바나, 올랜도 블룸, 다이앤 크루거, 브라이언 콕스, 숀 빈, 피터 오툴 등이 출연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배우들이죠.)

 

20년이 넘은 영화인데도 대규모 전투 장면은 여전히 볼 만합니다.

배들이 해안에 몰려오는 장면, 트로이 성벽, 갑옷과 방패, 군대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장면은 요즘 영화와 비교해도 규모감이 꽤 좋습니다.

 

다만 러닝타임이 길어서 전투가 반복되는 부분은 조금 늘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로튼토마토에서도 현재 비평가 평가는 50%대, 관객 평가는 70%대로 차이가 있습니다.) 

 

저도 완벽한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근데 시대극 액션을 좋아하면 다시 보기 좋은 작품인 건 확실합니다.

 

⚔️ 한줄평

 

가장 강한 사람은 아킬레우스인데, 가장 인간적인 사람은 헥토르였습니다.

 

처음에는 브래드 피트 액션 때문에 보게 되는데, 다 보고 나면 헥토르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누가 더 강한지보다 왜 싸우는지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을 비교해서 보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전쟁영화, 고대 그리스 이야기, 대규모 전투 장면을 좋아한다면 지금 다시 봐도 충분히 볼 만합니다.

 

참고자료

  • Festival de Cannes, Troy 공식 작품 정보
  • Rotten Tomatoes, Troy
  • BBFC, Troy
  • Apple TV, Troy

※ 본문 이미지는 작품의 분위기와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생성 이미지이며, 공식 스틸컷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