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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 1편, FBI 요원이 국경을 넘자 작전의 규칙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마약조직을 잡는 평범한 수사처럼 보입니다.

 

FBI 요원 케이트 메이서는 범죄 현장을 급습하고, 그곳에서 예상보다 훨씬 끔찍한 흔적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체가 조금 애매한 정부 합동팀으로부터 새로운 작전을 제안받습니다.

 

목표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

케이트는 당연히 범인을 잡는 작전이라고 생각하고 따라갑니다.

근데 국경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뭔가 이상합니다.

누가 정확히 지휘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디까지가 합법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케이트에게 작전 내용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시카리오〉는 이 불편한 상태를 영화 끝까지 끌고 갑니다. 

 

노을이 지는 국경 검문소에서 무장 요원들과 검은 차량 행렬이 이동하는 모습
국경을 넘는 순간부터 케이트가 알고 있던 수사의 규칙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국경을 넘는 장면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영화에서 제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장면은 총격전보다 국경 이동 장면입니다.

 

차량 여러 대가 줄을 맞춰 움직이고, 무장한 요원들은 계속 주변을 확인합니다.

밖에서는 별일 없는 것처럼 차들이 움직이는데,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표정입니다.

 

막상 큰 사건은 바로 터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계속 불안합니다.

이게 〈시카리오〉가 긴장감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큰 음악과 총격으로 계속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뭔가 곧 터질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을 오래 끌고 갑니다.

 

케이트만 이 작전의 규칙을 모릅니다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케이트는 FBI 요원입니다.

원칙대로 움직이려고 하고, 수사를 할 때도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믿습니다.

문제는 이번 작전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 선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조시 브롤린이 연기한 맷은 상당히 여유롭습니다.

작전 중인데도 행동이 너무 편해서 오히려 수상합니다.

그리고 베니시오 델 토로가 연기한 알레한드로.

 

이 사람은 더 알 수가 없습니다.

 

정확히 어느 기관 소속인지, 왜 작전에 참여하는지, 처음에는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케이트 입장에서 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관객도 똑같습니다.

 

우리도 케이트가 아는 만큼만 알게 됩니다.

그래서 점점 “지금 이 사람들이 범죄자를 잡으러 가는 게 맞나?” 싶어집니다.

 

알레한드로는 많이 말하지 않는데 제일 무섭습니다

 

시카리오를 보고 나면 역시 알레한드로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이 사람은 소리를 지르거나 자기 힘을 과시하지 않습니다.

그냥 조용합니다.

근데 조용해서 더 무섭습니다.

 

특히 영화가 뒤로 갈수록 왜 이 작전에 참여했는지가 조금씩 드러나는데, 그때부터 케이트와 알레한드로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 서 있다는 게 보입니다.

케이트는 여전히 법과 절차를 생각합니다.

알레한드로는 결과를 봅니다.

그리고 맷은 그 결과를 얻기 위해 알레한드로를 이용합니다.

 

누가 정의로운 사람인지 고르는 영화라기보다, 목적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에 가깝습니다.

 

칸영화제 역시 작품을 소개하면서 마약전쟁 속에서 케이트의 이상주의와 현장의 절망을 대비시키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주요 주제로 짚었습니다.

 

총격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긴장됩니다

 

데니스 빌뇌브 감독 영화답게 화면 분위기도 상당히 강합니다.

 

특히 촬영을 맡은 사람이 로저 디킨스입니다. 

 

사막,국경,해가 지는 도시, 야간투시경으로 바라보는 어두운 땅.

장면 하나하나가 예쁘다기보다 묘하게 압박감이 있습니다.

 

저는 특히 해가 지면서 특수부대가 땅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는데 작전은 오히려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멋있다기보다 “이제 진짜 안 좋은 일이 벌어지겠구나” 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제목 ‘시카리오’도 알고 보면 더 의미가 있습니다

 

‘Sicario’는 멕시코에서 청부살인자를 뜻하는 표현입니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제목이 왜 시카리오인지 바로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케이트가 주인공처럼 보이고, 이야기도 케이트를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근데 뒤로 갈수록 제목이 가리키는 사람이 누구인지 점점 선명해집니다.

 

이 영화가 케이트의 시선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구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자신도 모르는 거대한 작전 안에 들어와 있던 겁니다.

 

마약 카르텔 영화인데 통쾌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범죄 액션 영화라면 악당을 잡고, 주인공이 살아남고, 어느 정도 후련하게 끝나는 걸 기대하게 됩니다.

 

〈시카리오〉는 그런 쪽은 아닙니다.

 

한 명을 제거한다고 문제가 끝나지도 않고, 누군가 승리했다고 느끼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 보고 나면 시원하다기보다 찝찝합니다.

근데 저는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봅니다.

 

마약전쟁을 영웅 한 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처럼 보여주지 않습니다.

사람 하나를 잡으면 또 다른 사람이 올라오고, 법을 지키려고 하면 작전은 느려지고, 법을 무시하면 이번에는 우리가 범죄자와 뭐가 다른지 애매해집니다.

 

데니스 빌뇌브 영화 중에서도 상당히 차갑습니다

 

〈시카리오〉는 2015년 데니스 빌뇌브 감독이 연출했고, 테일러 셰리던이 각본을 맡았습니다.

에밀리 블런트, 베니시오 델 토로, 조시 브롤린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며 러닝타임은 121분입니다.

2015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공식 초청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빌뇌브 감독 영화 중에서도 상당히 건조하게 느껴졌습니다.

 

누가 죽어도 영화가 크게 슬퍼해주지 않고, 누가 옳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도 않습니다.

 

그냥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관객이 직접 판단하게 됩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방식 때문에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았습니다.

 

🔥 한줄평

 

마약 카르텔을 잡으러 간 FBI 요원이 결국 가장 두려워하게 되는 건 카르텔만이 아닙니다.

총격 장면도 좋고, 배우들도 좋습니다.

 

근데 저는 〈시카리오〉의 진짜 장점은 긴장감이라고 봅니다.

 

아무 일도 안 벌어지는 순간에도 계속 불안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처음 케이트가 믿었던 선과 악의 경계도 상당히 흐려져 있습니다.

화끈하게 범죄자를 때려잡는 액션 영화를 찾는다면 조금 답답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두운 범죄 스릴러, 묵직한 분위기, 그리고 보고 나서 생각할 거리가 남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꽤 강하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참고자료

  • Lionsgate, Sicario 공식 작품 정보
  • Festival de Cannes, Sicario 공식 작품 페이지
  • Festival de Cannes, A combat zone in Denis Villeneuve's Sicario
  • Festival de Cannes, 2015 Official Selection

※ 본문 이미지는 작품의 분위기와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생성 이미지이며, 공식 스틸컷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