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범인을 숨기는 영화는 아닙니다.
누가 유나바머인지 이미 알고 시작합니다.
테드 카진스키. 1978년부터 1995년까지 우편 폭탄 공격을 이어가며 3명을 숨지게 하고 23명을 다치게 한 실제 인물입니다.
넷플릭스도 이 작품을 그의 범죄와 체포 과정을 바탕으로 만든 실화 기반 드라마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UNABOMBER〉가 궁금한 건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사람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이쪽입니다.
영화는 젊은 시절 테드의 이야기와 그를 잡으려는 FBI 수사를 계속 오가며 보여줍니다.
한쪽에서는 아직 범죄자가 되기 전의 테드가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전국적인 추적 대상이 된 테드를 FBI가 쫓습니다.
처음부터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이 두 시간이 어디서 맞닿을지가 계속 궁금해집니다.

처음 보면 FBI 수사물이 아니라 심리극처럼 느껴집니다
젊은 테드는 16살에 하버드에 들어간 수학 영재로 등장합니다.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젊은 테드를 연기합니다.
처음 모습만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유나바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말수가 많지도 않고, 주변 사람들과 잘 섞이지도 못하고, 뭔가 계속 혼자 떨어져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범죄영화라기보다 한 사람의 불안정한 성장기를 보는 기분이 더 강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 부분이 꽤 불편했습니다.
이미 이 사람이 나중에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평범해 보이는 순간조차 계속 다른 의미로 보입니다.
러셀 크로가 맡은 헨리 머레이가 중요한 이유
러셀 크로는 하버드 교수 헨리 머레이를 연기합니다.
젊은 테드는 머레이가 진행하는 심리 연구에 참여합니다.
영화는 이 경험을 테드의 과거를 설명하는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다룹니다.
근데 이 부분은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가 특정 경험과 이후 범죄를 연결해 보여준다고 해서 “그 실험 때문에 유나바머가 됐다” 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사람의 인생은 그렇게 한 가지 이유로 설명되지 않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영화가 보여주는 여러 경험 중 하나라고 보는 게 더 맞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봐야 이 작품도 단순한 원인 찾기 영화가 되지 않습니다.
과거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FBI 수사로 넘어갑니다
영화가 계속 과거에만 머물지는 않습니다.
테드의 젊은 시절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현재의 수사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샤일린 우들리가 연기하는 조앤 밀러가 FBI 수사를 이끕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조앤 밀러는 실제 FBI 요원을 그대로 옮긴 인물이 아니라 영화에서 만든 가상의 인물입니다.
이건 알고 보는 게 좋습니다.
실화 기반이긴 하지만 영화 전체가 실제 사건 기록을 그대로 재현한 건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범인을 알고 보는데도 수사가 재미있는 이유
보통 수사영화는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데서 긴장감이 생깁니다.
근데 여기서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테드 카진스키가 범인입니다.
그래서 영화가 쓰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누구냐?”보다 “어떻게 찾아냈나?” “어디에서 단서가 생겼나?” “왜 이렇게 오래 잡히지 않았나?” 이런 쪽으로 관심이 갑니다.
저는 이 구조가 생각보다 잘 맞았습니다.
범인의 정체를 숨기려고 억지 반전을 만들지 않고, 이미 알려진 실제 사건을 가지고 과정에 집중합니다.
그렇다고 테드를 이해시키는 영화로만 보면 위험합니다
이런 실화 범죄영화는 항상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범죄자의 과거를 자세히 보여주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을 이해하거나 동정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UNABOMBER〉도 젊은 테드의 외로움이나 심리 상태를 상당히 오래 따라갑니다.
근데 그걸 범죄의 정당화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그의 폭탄 공격으로 사람들이 죽고 다쳤고, 영화 역시 그 결과를 FBI 추적과 함께 계속 보여줍니다.
저는 이 영화가 재미있는 지점도 여기라고 봤습니다.
사람의 과거를 보여준다고 해서 그 행동이 덜 끔찍해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둘을 같이 보니까 더 불편합니다.
두 시간대가 만나는 순간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감독 야누스 메츠는 이 영화를 “유나바머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유나바머가 붙잡히는 과정”이라는 두 시간대로 나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설명이 영화를 가장 잘 요약합니다.
젊은 테드가 점점 세상과 멀어지는 과정.
그리고 몇 년 뒤, 그를 찾기 위해 FBI가 범위를 좁혀가는 과정.
처음에는 완전히 따로 노는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조금씩 서로 연결됩니다.
저는 이 구조 때문에 단순한 실화 재현물보다 훨씬 보기 편했습니다.
과거만 계속 보여줬으면 무거웠을 것 같고, 수사만 보여줬으면 이미 아는 사건이라 심심했을 수 있습니다.
두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균형을 잡습니다.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의외로 많이 달라 보입니다
'룸'이나 '원더' 때의 제이콥 트렘블레이를 기억한다면 이번 모습은 꽤 낯설 수 있습니다.
이제 완전히 성인 배우가 됐고, 영화에서도 어린 천재 이미지를 벗어나 점점 고립되는 테드를 연기합니다.
감독 역시 트렘블레이에게 젊은 테드의 취약함과 지적인 면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하게 “미친 사람”처럼 연기하지 않는 게 더 좋았습니다.
조용해서 오히려 불편합니다.
처음부터 악역처럼 행동했다면 이야기가 훨씬 단순해졌을 것 같습니다.
🧨 한줄평
범인을 찾는 영화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범인의 과거와 체포 과정이 어디서 만나는지 지켜보는 영화.
저는 FBI 수사보다 젊은 테드의 시간과 현재 수사가 교차되는 방식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다만 실화 기반이라는 이유로 영화 내용을 모두 실제 사실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특히 조앤 밀러처럼 영화적으로 만든 인물도 있고, 테드의 과거와 범죄 사이의 관계 역시 영화의 해석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도 실제 범죄사건을 단순한 범인 추적이 아니라 심리와 수사를 같이 보여주는 방식으로 보고 싶다면 꽤 볼 만합니다.
참고자료
- Netflix, UNABOMBER 공식 작품 페이지
- Netflix Tudum, UNABOMBER: Cast, Release Date, Photos, Plot
- Netflix Tudum, UNABOMBER Cast: Who’s Who
- IMDb, Unabomber (2026)
※ 본문 이미지는 작품의 분위기와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생성 이미지이며, 공식 스틸컷이 아닙니다.